
미국 관세전쟁의 허와 실
1. 서론
21세기 들어 글로벌 경제의 중심국인 미국은 여러 차례에 걸쳐 관세정책을 무역전쟁의 도구로 활용해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본격화된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전쟁은 국제 무역 질서를 뒤흔들었고, 이후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특정 국가와 산업을 대상으로 한 관세정책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관세전쟁은 자국 산업 보호와 경제 성장을 명분으로 하지만,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과연 관세 인상이 미국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는지, 글로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면서, 미국 관세전쟁의 허와 실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2. 미국의 관세전쟁 배경과 주요 사례
미국의 관세전쟁은 여러 번 발생했지만, 최근 가장 두드러진 사례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대중(對中) 관세전쟁이다.
(1)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관세전쟁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고 불공정 무역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조치는 다음과 같다.
• 2018년 7월: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 부과
• 2018년 9월: 추가로 2000억 달러 규모 제품에 10% 관세 부과
• 2019년 5월: 기존 10% 관세를 25%로 인상
• 2019년 9월: 11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추가 관세 부과
이러한 조치에 맞서 중국도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양국 간 무역전쟁이 본격화되었다.
(2) 바이든 행정부의 관세 정책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대중 관세는 대부분 유지되었으며, 추가적으로 유럽, 캐나다, 멕시코 등과도 무역 마찰이 발생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등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한 관세 정책이 강화되었다.
•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기차 배터리의 원자재를 중국이 아닌 미국 또는 우방국에서 조달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
• 2023년 대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제한하고, 중국 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견제
이처럼 미국의 관세정책은 특정 산업 보호, 지정학적 견제, 경제 안보 강화 등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3. 미국 관세전쟁의 허(虛): 예상과 다른 부작용
관세 인상이 미국 경제를 보호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현실에서는 여러 부작용이 발생했다.
(1) 미국 소비자와 기업의 부담 증가
관세는 결국 수입 상품의 가격을 상승시키고, 그 부담은 소비자와 기업이 떠안게 된다.
• 소비자 물가 상승: 관세 부과 이후 미국 내 소비자 물가가 상승했다. 예를 들어, 가전제품, 의류, 자동차 부품 등의 가격이 올랐다.
• 기업 비용 증가: 원자재와 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미국 기업들도 관세 부담으로 인해 생산 비용이 상승했다. 특히 자동차, 전자제품, 농기계 제조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2) 미국 농업과 수출 산업 타격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도 보복 조치로 미국산 농산물(대두, 옥수수, 돼지고기 등)에 관세를 부과했다. 그 결과 미국 농민들은 큰 피해를 입었고, 미 정부는 보조금 지급을 통해 이를 보완해야 했다.
• 2018년~2019년 동안 미국 농업 부문 보조금 지급액: 280억 달러
• 농산물 수출 감소: 중국 시장을 잃은 미국 농민들은 유럽과 동남아 시장을 찾아야 했지만, 대체 시장 확보가 쉽지 않았다.
(3) 미국 내 일자리 감소
관세 정책은 제조업을 보호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오히려 일자리 감소를 초래했다.
•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8~2019년 동안 미국의 관세전쟁으로 인해 약 3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 자동차, 전자, 철강 산업의 생산 감소: 주요 산업에서 생산비 상승으로 인해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하거나 감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4) 글로벌 공급망 혼란
관세전쟁은 글로벌 공급망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
• 기업들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중국에서 베트남, 인도 등으로 생산 기지를 이전했지만,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해 단기적인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 미국 내에서도 원자재와 부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제조업 전반에 걸쳐 공급망 문제가 심화되었다.
4. 미국 관세전쟁의 실(實): 전략적 목표 달성 여부
미국의 관세전쟁이 일부 긍정적인 효과를 거둔 측면도 있다.
(1)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개선
미국이 관세를 부과한 이후 중국과의 무역 적자가 일부 감소했다.
• 2018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4190억 달러 → 2021년: 3550억 달러
• 미국 기업들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생산지를 다변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2) 첨단 산업 보호 및 자국 산업 육성
관세 정책과 함께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산업을 보호하는 정책이 시행되면서, 미국 내 관련 산업 투자와 생산이 증가했다.
• 2022년 반도체법(CHIPS Act) 통과: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장려하기 위한 527억 달러 지원
• 전기차, 배터리 공장 투자 증가: IRA 이후 테슬라, GM, 포드 등이 미국 내 배터리 공장 투자 확대
(3) 중국 견제 및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
관세전쟁을 계기로 미국은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견제하고,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 미국-유럽 연합(EU) 간 무역 협력 강화
• 인도, 베트남, 멕시코 등과의 경제 협력 확대
5. 결론
미국의 관세전쟁은 단기적으로 미국 내 기업과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고, 글로벌 공급망에 혼란을 야기하는 등 부작용이 컸다. 특히, 일자리 감소, 물가 상승, 농업 부문 피해 등 부정적인 효과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내 첨단 산업을 보호하는 데 일정 부분 성공한 측면도 있다.
앞으로 미국은 단순한 관세 부과가 아니라, 보다 정교한 산업 정책과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